동부 3고개

Photography/Bicycle 2016. 7. 1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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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ode 기본 단축키

Programming/Xcode 2016. 1.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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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장기.

Photography/Memorials 2015. 10. 6. 03:30



어렸을 때 어느 날, 친누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심장, 장기, 신체의 모든 부분은 분명히 내 것인데 평소에는 그게 정말 내 몸 안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신기하지 않아?, 너도 다 가지고 있는데 못 느끼잖아. 그치? 신기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막연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비단 장기뿐일까.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나아진 것은 뭘까. 나이를 처먹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그냥 그렇게 남들보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속으로 되뇌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가증스러울 때가 있다. 그때는 몰라서 행복했고 지금은 알아서 행복한지를 스스로 묻고 있는 걸까. 이게 발전이라고 믿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물리적으로 변화가 없는 공간에서 자각할 수 있는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가끔은 시궁창에서 허우적거리며 엿 같은 세상 잘 못 만나 제대로 개고생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인간관계로 힘들어할 때는 제발 내 이야기 들어달라며 입을 틀어막고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낯선 곳으로 떠나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욕망에게 도움을 받아, 멱살을 잡고 나를 집 밖으로 끄집어낸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어때 좋아? 괜찮아?”라고 항상 나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은 언제나 “잘 모르겠어, 그냥 좋은 거 같아!” 라는 무책임한 답변 뿐이다. 누구는 이런 나를 남에게 손 내밀지 못하고 혼자 이 세상 모든 행복을 찾고 있다며 치기 어린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나 자신만으로 만족하고, 오로지 나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였을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은 “너무 남들처럼 살지 말자”가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의식하지 못하는 신기한 장기처럼, 내가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남들로 인하여 영향을 받고 있다면 의식적으로 후회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후회스러운 삶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이렇게 살다 살다 죽는 순간까지도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다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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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주금산 종주 백패킹

Photography/Backpacking 2015. 10. 4. 14:00

나는 금요일 저녁에 지도를 보며 주말에 떠나고 머물 곳을 찾았다. 하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에 가려고 했으나 열차표를 알아보니 오전에 출발하는 열차는 모두 매진이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고 일단 서울에서 가까운 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찾은 곳은 철마산, 그리고 주금산이다. 철마산(711m, 786.8m)은 진전읍 해참공원 철마산 입구 출발점에서 동쪽으로 약 4.5km(남봉)와 6.8km(북봉)의 거리에 위치한(남양주시 진건면) 산으로 남봉과 북봉으로 나누어져 있다. 철마산은 현재 남봉(711m)을 정상으로 하고 있지만 남봉에서 북쪽으로 2.3km 정도 떨어져 있는 북봉(786.8m)이 실제 정상(최고봉)이다.


북봉은 '내마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대부분 깃대봉을 세우고 태극기를 다는데 남봉에만 깃대봉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철마산의 정상이 북봉보다 낮은 남봉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주금산(813m)은 경기도 포천시와 남양주시, 가평군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주금산의 정상은 조망이 좋지 않아 정상으로서의 의미가 무색하다. 베어스타운 앞에서 주금산으로 등반할 때는 정상에서 철마산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독바위 옆 헬기장의 조망이 일품이다.


나는 해밀마을 철마산 입구 출발점에서 철마산(남봉 711m) - 철마산(북봉, 내마산 786.8m) - 주금산(813m)에 이르는 종주를 하기로 했다. 출발이 지연되어 오후 1시경에 철마산 입구에서 남봉을 향해 출발했다.






철마산(남봉 711m)까지 오르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간혹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오기도 했지만 쉬엄쉬엄 두 시간 반 코스로 등산하기에는 좋은 산이다.


2/3 지점에 다다르면 급경사와 완경사로 구분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는 가의도에서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완경사 방향으로 진입했다. 그 작은 푯말을 지나 완경사 방향으로 10m 정도 들어가면 고맙게도 약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나는 빈 물병에 약수를 가득 담아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완경사라고 하지만 정상에 가까워진 만큼 제법 가파르다. 나는 1시 15분쯤에 출발하여 중간에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면서 3시 30분쯤에 철마산(남봉 711m)에 도착했다. 오르는 길에 등산객 5~6명과 마주쳤는데 주말인데도 한적한 것을 보니 인기 있는 산은 아닌 거 같다.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으로 가서 일몰 촬영을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북봉의 조망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시간도 어중간하여 나는 그냥 남봉에서 짐을 풀기로 했다.


철마산 남봉에는 비박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등산로 옆으로 움푹 파인 공간이 있었다. 나는 바닥을 정리하고 그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등산로 옆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길 반대편에서 부는 바람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새벽에 산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예상대로 텐트에는 전혀 바람이 닿지 않아 아늑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침낭 속에 누워 숲 속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어보면 바닷가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같다. 그 저녁 철마산 남봉 정상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철마산(남봉 711m)


나는 새벽 4시쯤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을 향해 출발했다. 남봉은 서쪽 조망이 비교적 좋아서 해가 지는 풍경을 담을 수 있었지만 동쪽 조망은 좋지 않았다. 나는 북봉에서 일출을 찍기 위해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예상보다 배낭을 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 접는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다. 나는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출발했다. 지도에 철마산 북봉(내마산)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어두운 산길을 걷다 보니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북봉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던 것처럼 아무런 표시도 없다. 어느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이곳이 철마산 북봉(내마산) 임을 알리고 있다.


북봉으로 가는 도중에 나무 사이로 찍은 사진이 유일한 일출 사진이다. 철마산 남봉에서 북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지만 넉넉하게 1시간 30분 정도 예상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얼마나 많은 발을 허락했을까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


나는 철마산 북봉(내마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금산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능선길이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리막길이 많다. 그만큼 오르막길을 만나야 하기에 나는 정상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달갑지 않다. 그래도 이따금 만나는 푹신한 낙엽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기분이 묘하게 즐거워진다.


철마산 북봉(786.8m)에서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서는 등산객을 만날 수 없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때론 익숙해지는 것으로부터 서글픔이 밀려온다. 시간이 지나 서글픔 또한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할 때면 흐르는 시간에게 더욱 서운함을 느낀다.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


철마산 북봉(내마산 786.8m)












주금산 독바위 옆 헬기장


주금산 독바위 옆 헬기장


주금산 독바위 옆 헬기장


주금산 독바위 옆 헬기장


주금산 독바위에 가까워지면서 백패커 몇 분과 마주쳤다. 전날 주금산에서 비박을 하고 하산하는 분들도 있었고, 사이트를 찾아 산을 오르는 분들도 있었다. 독바위 근처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압권이었다. 경기도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금산 가는 길에서 바라본 헬기장(헬기장 등산객)


헬기장에서 바라본 주금산 독바위



나는 헬기장에서 다시 주금산 정상으로 향했다. 헬기장에서 주금산 정상은 그리 멀지 않다. 헬기장 보다 조망은 좋지 않았다. 사방이 나무들로 가로 막혀 산 정상이라기보다는 숲 속의 작은 공원처럼 느껴졌다.


주금산 정상(813m)


주금산 정상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철마산(남봉)에서 출발하여 주금산 정상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나는 주금산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베어스타운 방향으로 하산했다. 하산길은 하염없이 내리막길이다. 스틱이 없었으면 다리에 무리가 많았을 것 같다. 나는 계곡을 따라 하산했는데 흐르는 물소리가 정겨웠다.  




이로써 철마산 남봉에서 시작한 이번 여행은 철마산 북봉(내마산)을 지나 주금산으로 이어졌다. 출발은 가볍게 시작했지만, 주금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함이 밀려왔다. 가의도에서 넘어지며 오른쪽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 오랜 시간 산행으로 무릎에 무리가 많았다. 다음에는 무리한 산행보다는 걸으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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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도 백패킹

Photography/Backpacking 2015. 9. 29. 18:00

연휴를 이대로 흘려보낼 수 없어서 나는 배낭을 메고 섬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곳을 찾아 태안 근흥면 신진도에서 서남쪽으로 배를 타고 30분 만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의도”라는 섬을 찾았다.


가의도는 면적 2.19㎢, 43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비교적 작은 섬인데, 가의란 이름은 옛날 중국의 가의라는 사람이 이 섬에 살아서 가의도라고 했다는 설과 이 섬이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가의 섬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과 가까이 있어 맑은 날 파도가 잔잔하면 중국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정도로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의 산둥반도와 소나무, 그리고 소사나무숲이 아름다워 탐방로의 이름을 소솔길이라 지었다고 한다.


가의도에 가는 배편은 인터넷으로 예매(http://island.haewoon.co.kr/) 할 수 있다. 작은 배라서 한 번에 50명에서 최대 75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데 그중에 50%(25명)는 인터넷으로 예매할 수 있고 25명분은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결제를 하고 브라우저 창을 닫지 않고 재 로드하면 결제가 중복으로 처리되니 결제내역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가의도행은 아침 8시 30분, 오후 1시 30분, 그리고 4시 30분 이렇게 하루 3회 왕복 운항한다. 계절에 따라 약간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아침 8시 30분 배를 예매하려 했으나 그 시각에는 인터넷 예매 25명분이 모두 소진되고 없었다. 그래서 들어가는 배는 오후 1시 30분, 나오는 배로는 다음날 29일 오후 2시 5분으로 예매했다. 하지만 오후에 들어가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나는 8시 30분 배를 현장에서 구매할 생각으로 새벽 4시경에 집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안흥항 풍경
안흥항 풍경
안흥항 풍경

내비게이션에는 태안 안흥항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했는데 안흥항에 도착하여 물어보니 가의도행 배는 신진도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나는 안흥항에서 사진 몇 컷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신진도로 향했다.


신진도에 들어가서도 매표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신진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끝으로 들어가면 “여객선 매표소”라는 푯말이 걸려있는 작은 안흥신항 여객터미널이 보인다. 그곳에서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와 현장 표를 받을 수가 있다.


나는 표를 발행해주는 아저씨에게 인터넷으로 예매한 오후 표를 아침 8시 30분 현장 표로 교환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인터넷 예매표를 취소하고 현장에서 구매하면 된다고 하여 그렇게 표를 교환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인터넷 예매를 하고 현장에서 시간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는 출항시각 한 시간 전에 현장에서 발권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출항하기 20분 전까지만 가도 충분할 것 같다. 아마도 표를 발권해주는 분이 배에 타서 인원 체크도 해야 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점검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 때문인 것 같았다.

아저씨에게 과중한 업무를 할당한 매표소장님
이곳이 가의도행 배표를 살 수 있는 여객선 매표소

내가 오른 배는 가의도를 향해 8시 30분 정각에 출발했다. 둘러보니 50명도 채우지 못한 것 같다. 가족 단위로 놀러 가는 사람들, 가의도에서 사시는 분으로 보이는 현지 어르신들도 보인다.


신진도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출발하고 주변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가의도항에 도착한다. 선착장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이면 뱃고동 소리를 20초 정도 요란하게 울린다. 옆에 있으면 귀가 먹먹하니 예상 하시라.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들어가는 사람들보다 가의도에서 나오는 사람과 짐이 더 많았다. 나는 배 앞쪽에 배낭을 두고 있어서 배에서 제일 먼저 내릴 수 있었다. 내려서 마을 언덕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현지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장화 신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의심해야 해!"

아마도 가의도에 들어와 홍합이나 해산물 등을 반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의심의 눈초리가 따가운 것 같다. 동네 방송에서도 채취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표를 끊어주던 아저씨, 가의도 북항
신진도로 나가기 위해 짐을 들고 기다리는 승객들
북항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

나는 동네 길을 따라서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북항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 중간 어귀에 있는 푯말을 보고 신장벌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신장벌은 서해 같지 않은 모래사장이 멋진 곳이라고 했다. 거리도 1km 내외로 길이 험하지 않으면 충분히 갔다 올 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분 동안 산 언덕을 하나 넘어간 이후부터 길이 사라졌다. 사람이 다닌 흔적도 흐릿하고 가시넝쿨로 뒤엉켜 온전한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웬만하면 길을 뚫어보려 했으나 20kg 배낭을 메고 도저히 길을 뚫을 자신이 없었다. 더욱이 가시로 인해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고 있는 터라 나는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장벌로 향하는 길 주변에 있는 마늘 밭
신장벌로 향하는 길
신장벌로 향하는 길에서 마을을 내려다 본 풍경(보이는 마을 길 따라 넘어가면 남항,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북항)
북항 바로 옆에 있는 작은 해안(신장벌 가는 길)
신장벌로 향하는 길
신장벌로 향하는 길
신장벌로 향하는 길
신장벌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
마을 중간 어귀에 있는 푯말

나는 다시 마을 푯말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서 작은작돌,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450년가량 된 마을의 수호 목인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그 은행나무를 지나 남항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 오솔길 입구에 전망대 푯말이 보인다. 나는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450년가량된 은행나무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외길이라 신장벌로 가는 길보다 알아보기 쉬웠다. 하지만 400m 가량이 계속 오르막길이고 중간중간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조금은 힘들게 정상에 올라갔다. 정상에는 나무로 잘 짜인 전망데크가 있다. 가의도의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섬의 유일한 곳이 아닐까 싶다.

전망대로 향하는 소솔길
전망대로 향하는 길에 만난 흑염소

나는 신장벌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주운 우산을 데크에 고정하고 의자를 펼쳐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전망대 위치가 매우 좋아서 이곳을 사이트로 정할까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라오면 민폐이고 가의도의 다른 곳도 구경하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텐트를 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가의도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의도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의도 풍경

어느 정도 여유를 즐기다 보니 내가 올라온 방향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중년의 노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정상까지 올라온 것이다. 우린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경치를 보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두 분은 내 의자에 앉아도 보고, 가지고 온 커피와 사과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전망대에서 만난 분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두 분은 작은작돌로 가시겠다며 내려갔으나 길이 험하다며 다시 올라와 마을 쪽으로 내려가셨다. 전망데크를 중심으로 서남쪽으로는 작은작돌로 향하는 길이 나 있고 동남쪽으로는 내가 올라온 마을로 향하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작은작돌로 향하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두 분이 가시는 것을 보고 나도 풀었던 짐을 정리하고 작은작돌로 향했다. 이왕 이곳까지 올라왔는데 그래도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오기가 발동했다. 더욱이 신장벌을 보지 못한 것이 내 의지를 더욱 키웠다. 초반 길은 그렇게 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사잇길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나는 지도를 보며 무조건 작은작돌이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겹게 길을 내며 30분가량을 내려갔지만 파도 소리가 들리는 작은작돌을 코앞에 두고 경사가 심한 산 위로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려가는 방향으로는 도저히 작은작돌에 접근할 수 없는 낭떠러지에 가까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지도를 보며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고 사람들이 지나갔을 만한 길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가시넝쿨로 뒤엉켜 있는 숲을 헤집고 다녔다. 팔에는 온통 상처 투성이었고 가시넝쿨에 걸려 여러 번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배낭의 무게와 부피는 경사가 심하고 가시나무들로 뒤엉킨 숲 속을 헤쳐나가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내 체력은 거의 방전 상태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여러 번 주저앉아 방향을 찾았다. 이러다 구조를 요청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나는 2시간 가까이 숲 속에서 헤맸다. 소솔길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아 위성지도를 보며 그나마 완만해 보이는 공간을 찾아 무조건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드디어 사람의 흔적이 보이는 산 중턱 길이 보였고 나는 그 길을 따라서 남항에 있는 마을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나는 가까운 민박집에 들러서 여기서 물을 살 수 있느냐고 손님으로 보이는 분에게 물었고, 그 분은 내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급하면 이거라도 마시라며 본인이 마실 물을 500mL 병에 가득 담아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민박집을 나왔다. 나는 그렇게 숲 속을 탈출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여름이 지난 섬은 오솔길이 사라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남항 돌 해안
남항 방파제 갈매기

나는 남항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마을 길을 따라서 다시 북항 근처에 있는 작은 해안으로 갔다. 그곳은 신장벌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가의도에서 마땅히 텐트를 설치할 사이트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곳에서라도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에 눈여겨 두었던 곳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려와 보니 그 작은 해안에는 먼저 텐트를 친 연인이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가파른 언덕 위에 텐트 하나 설치할 공간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배낭을 메고 그곳으로 올라갔다.


양옆으로 절벽이라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텐트를 설치할 공간은 충분했다. 바다 쪽으로 작은 돌 봉우리가 있어서 바닷바람을 곧바로 맞지도 않을 것 같았고 경치도 아주 멋진 곳이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돌산 언덕이라 뱀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이만하면 사이트로는 훌륭했다. 나는 이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사이트
텐트 안에서 바라본 왼쪽 절벽
전망 좋은 사이트
텐트 안에서 바라본 오른쪽 작은 해안
사이트 밤 풍경
해가 지고 텐트 안에서 바라본 오른쪽 작은 해안

내가 텐트를 치고 밥을 먹는 사이 먼저 왔던 텐트 연인은 자리를 접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으니 무서움에 가까운 외로움이 일순간에 밀려왔다.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게 좋았다. 새벽에는 바람이 꽤 불었다. 바람이 텐트를 흔드는 소리에 중간중간 잠에서 깨기도 했고, 간혹 가볍게 비도 내렸지만 그날 아침은 맑은 날씨에 바람도 잔잔했다.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아무도 없다. 양치를 하고 아침밥으로 라면 두 개를 끓여 먹는 사이에 마을 주민 두 명이 해안으로 떠밀려온 미역을 줍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한동안 바다를 바라봤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아침 바다 풍경
아침 풍경
텐트 앞 돌 봉우리에서 바라본 텐트 왼쪽 절벽
하루 나와 함께 바닷바람을 맞은 가을 꽃
텐트를 접고 한동안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다

12시가 돼서야 나는 텐트를 접고 어제 내렸던 북항으로 이동했다. 항구 주변에서 마을 주민들이 미역을 말리고 있었는데 관광객은 나 혼자뿐이었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어중간하여 그냥 항구에서 쉬다가 배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마을에서 북항으로 내려가는 길
북항 근처에서 미역을 말리고 있는 아주머니
북항에 있는 가의도 표지판(뒤에는 가의도에서 유일한 공중화장실)

그런데 1시 50분이 되어도 배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가 정박을 하고 사람들을 태워서 2시 5분에 출발하려면 이미 들어오는 배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뱃고동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


“앗 남항이다.”

나는 부랴부랴 배낭을 메고 남항으로 뛰기 시작했다. 산 중턱 언덕을 넘어가야 남항에 도착하는데 이 속도로는 배를 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지나가는 마을 어르신에게 부탁해서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남항으로 이동했다. 남항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방파제 쪽을 바라보니 배는 이미 항구를 벗어나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배가 나를 돌아보며 웃고 있었다. 그 시각 오후 2시 4분.


결국, 나는 타려던 2시 5분 배를 놓쳤다. 다음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서는 3시간 30분가량을 가의도에 더 머물러야 했다.


의자에 앉아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섬에 와서 낚시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3시간 넘게 우두커니 배만 기다리기도 심심한 생각에 가져온 낚싯대에 루어를 끼워 몇 번을 던져봤다. 그런데 영 입질이 없다. 주변 사람들도 별 재미를 못 보고 있었으니 내 실력 탓 만은 아니리라.

남항에서 바라본 풍경
남항에서 바라본 풍경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 낯선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누구죠 어디세요?”
“가의돈데요”

전화 상태가 좋지 않아서 끊어진다. 걸려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표를 끊어주었던 아저씨였다. 나는 어제 도착했고 특별한 일 없으면 북항에서 출항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북항에서 기다리다가 남항에 도착한 2시 5분 배를 놓쳤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럴 만하다는 듯이 연신 “아아~ 예예” 하신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본인이 취소해 줄 테니 오후 배에서 현금으로 다시 표를 구매하면 된다고 한다. 결국, 인터넷으로 구매한 왕복표는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현장표로 모두 대체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의도는 북항과 남항을 사용하는데 너울이 잔잔할 때는 북항으로 입출항하지만, 너울이 사나우면 남항에 정박한다고 한다. 남항은 방파제로 만들어진 내항이기 때문에 너울이 사나울 때도 배가 정박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날의 바다 상황에 따라서 배가 정박하는 항구가 변경된다고 하니 신진도로 다시 나갈 때는 배가 어디에 정박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남항 방파제에서 솔섬을 바라본 풍경
신진도로 출항하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가의도 남항
가의도와 멀어지는 여객선에서
떠나는 배 위에서 바라본 멀어지는 가의도 풍경
서해 앞 바다 풍경
매표소 아저씨, 신진도 입항

나는 그렇게 가의도를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고 1박 2일 여행도 끝이 났다. 산속에서 길을 잃어 헤맸고 나오는 배도 놓쳤지만 나에게 가의도는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섬이 되었다. 내륙과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았지만 이번에 가보지 못한 신장벌과 작은작돌에 꼭 들려서 사진으로 담고 싶다.

이 가을에 복잡했던 그 길, 봄이 되면 내 마음과 함께 어지간히 다듬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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