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의 무게와 힘

Photography/Bicycle 2016. 10. 11. 22:25

어떤 사찰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체험 행사가 있다고 한다. 문이 없는 방에서 며칠 동안 깊은 명상을 하며 본래의 자신과 대면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상과 소통할 길이 차단된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과 대면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내면과 눈빛이라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를 하도록 배려한 자신을 만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는 이런 조우를 도와주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중에는 휴대폰을 볼 수도 없거니와 힘들게 페달을 밟다 보면 그동안 나를 불편하게 했던 일들을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말이다. 비록 지속시간이 비교적 짧다는 단점은 있지만 새로운 감정에 덮어지고 잊히기 전까지는 나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전거는 혼자라도 좋다. 그 날의 내가 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힘이 솟는다. 그래서 자전거는 운동이 아니라 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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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부산 - 판교, 664km) - 2016.9.4 ~ 9.7

Photography/Bicycle 2016. 9. 7. 22:18

회사에서 일 년에 한 번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는 행사가 있다. 작년에 비공식적으로 국토종주(판교 -> 부산)를 했다고 하는데 올해는 부산에서 판교로 올라오는 코스로 진행했다. 평소에 자전거를 즐기는 나로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원자가 정해진 인원보다 많았기에 3개월 전부터 매주 300km 자체 훈련 기록을 메일로 전달했으며 중간에 여주보 왕복(160km) 9시간 내로 완주하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업힐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동부 5고개 훈련도 있었지만 나는 업힐 훈련을 참여하지 못했다. 휴가로 다낭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참가 대상자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불참으로 문제는 없었다.


우리는 토요일( 9월 3일) 회사 앞에서 오전에 출발했다. 그날 저녁에 다이노스 홈구장인 마산야구장에서 SK와의 경기를 관람하고 다음 날 일요일(9월 4일) 출발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에 160km 정도를 달려야 했고, 3일 차에는 234km를 하루 동안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 자전거를 자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리한 일정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가 모두 일정을 소화했다.


참가 인원은 50명이었지만 회사 미케닉 직원들, 메디컬센터 원장님과 물리치료사분들, 그리고 행사를 지원해 주는 외부 업체 직원들과 각 조의 가이드를 담당한 장선재 선수 외 10명 정도의 라이더분들까지 하면 100명 정도의 인원들이 진행하는 비교적 작지 않은 행사였다.


참여한 회사 직원들도 고생했지만(스스로 자처한 고생이기에 고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 많은 인원을 안전하게 국토종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스텝의 노고가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막상 국토종주를 하는 동안에는 내년에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 명단에 들기 위해 자체 훈련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내년이 되면 또다시 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완주하신 모든 분과 즐겁고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국토종주 첫날 : https://www.strava.com/activities/700017221

국토종주 둘째날 : https://www.strava.com/activities/701250074

국토종주 셋째날 : https://www.strava.com/activities/702533510

국토종주 마지막날 : https://www.strava.com/activities/703578220


2016년 9월 3일 ~ 7일

국토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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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

Photography/Bicycle 2016. 7. 1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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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Photography/Bicycle 2016. 7. 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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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3고개

Photography/Bicycle 2016. 7. 1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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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의 목적성

Photography/Bicycle 2015. 6. 6. 22:00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안에 대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그 사안이 확고부동한 진리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자 더는 그 사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대부분은 이런 착각에서 비롯된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귀찮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귀찮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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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라이딩

Photography/Bicycle 2015. 5. 31. 04:00

라이딩에서의 평지는 경치를 보는 재미가 있지만, 업힐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쾌감과 뿌듯함이 있어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내리막의 기대보다 오로지 오르막의 매력에 만족하는 삶, 그 길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삶은 재밌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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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풍선이 내려놓은 추억

Photography/Bicycle 2015. 5. 17. 17:30


내가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것은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가슴 아픈 일이다. 내가 그대를 잊지 않으면 손해인가. 그대가 나를 기억하면 다행인가. 이것도 욕심이라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다. 헬륨 풍선에 매달린 자신을 발견하면 더 오르기 전에 손을 놓아라. 그러면 의식은 살아 훗날 추억으로 이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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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영향력

Photography/Bicycle 2015. 5. 13. 17:30

내 존재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시들시들하다. 

제때 전하지 못한 말은 갈 곳이 없고, 그곳에 꽃이 피었는지 알 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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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그늘

Photography/Bicycle 2015. 4. 25. 17:30

오늘을 버려야 내일이 온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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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들

Photography/Bicycle 2015. 4. 18. 17:30

봄이면 숨길 수 없는 변화가 들꽃으로 피어난다. 들이 옷을 입으면 비로소 내 무관심이 집 밖을 나서는 것이다. 한 계절을 지나 이제 다시 사람을 믿어 보자는 마음이 고개를 들어 꽃망울을 맺는다. 화려함에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화려함이 보이더란다. 누구의 관심도 아닌 들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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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시간.

Photography/Bicycle 2015. 4. 12. 16:30

나는 요즘 생활 속에서 더 많은 느낌을 사유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전거를 탈 때도, 새벽에 무작정 혼자 여행을 떠날 때도, 하다못해 장을 보는 시간마저도 나는 꿈을 꾼다. 필요한 만큼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엇을 향해 나는 숨을 쉬고 가슴이 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꿈은 누구도 훔쳐볼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에게 무한한 안도감을 주는 숨겨진 공간이자 살아남을 시간이다. 때로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슬픔보다는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라서 나의 외로움은 슬픔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 슬픔은, 상황을 알지 못하는 내 옆, 빈자의 몫이다.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차이만큼,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나는 누군가와 다르고 그들은 또 그들의 누군가와 다르게 살아간다. 무엇이 정답이라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신과 다른 궤도에 진입한 사람을 보면, 다른 행성 사람인 양 철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내가 안인가 그들이 밖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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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기지 않은 렌즈

Photography/Bicycle 2015. 4. 8. 18:00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은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음산하고 서글프다. 그러나 기다림은 아직 희망이 있어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면 항상 카메라를 가져간다. 마음이 가는 사진 한 장 담지 못할 걸 알면서도 렌즈 하나 더 챙기지 못한 나를 탓한다. 좋은 프레임, 그에 걸맞은 빛이 내리는 순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사진에 담으려는 마음과 조금만 더 가면 이보다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실랑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큼이나 자주 겪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스쳤던가.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장면, 지나치면 잊힐 줄 알았던 일들이 잔상으로 남아 아쉬움을 준다. “그래 조금만 더 가보자. 태양이 대지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꼭 그 따뜻함을 담을 수 있을 거야” 인생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스름이 짙어오는 황혼녘이 아니면 인생이 그러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이다. 어느 날 사진을 현상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며 누군가 옆에서 속삭인다면, 적어도 챙기지 않은 렌즈 때문에 뒤늦은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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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과 본질

Photography/Bicycle 2015. 4. 4. 16:30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나는 부엌 아궁이 모서리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고 엄마는 내 옆에서 밥을 퍼담고 계셨다. 나는 문득 궁금증이 발동하여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어른이 되면 이름 바꾸는 거예요?”

”아니 왜?”

“아니 어른 이름은 어른 같고요, 애들 이름은 애들 같아서요”

“^^ 그렇지 않아, 그냥 태어날 때 지어준 이름 그대로 어른이 되는 거야. 네 이름도 학교에 들어가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똑같이 쓰는 거야”

“…”


난 더는 엄마와 대화를 잇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계속 의문만 맴돌았다. 정말 어른 이름은 어른 같고 애들 이름은 애들 같았기 때문이다.


본질은 이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이름을 갖게 되었는가와 같이 현상과의 분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파편화된 어릴 적 기억이지만 그때의 질문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는 잣대가 되었다.


어떤 경우엔 대다수 사람이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것을 비판적 시각 또는 비관적인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어도 그러한 용기는 진보적 가치와 맞물려 이 사회를 발전시킨 동력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비관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비꽈서 생각하는 버릇 때문이다. 그 버릇을 통해 나온 내용은 비관적일 때도 있고 낙관적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비관적인 발언을 더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간혹 억울하기도 하지만 핑계를 대거나 해명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나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나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구체적인 기억도 없어서 이런 생각 자체가 귀찮음을 숨기는 핑계일 수도 있다.


도자기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가마에 들어가기 전부터 정해놓지 않는다. 이름을 무엇으로 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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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

Photography/Bicycle 2015. 3. 27. 18:00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은 어떤 느낌일까. 이동을 위해 필요한 교통수단쯤으로 생각한다면 EBS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여행을 대신하려는 것만큼 재미없는 생각이다. 더욱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처지이니 목적에도 맞지 않다.  이따금 목적과 가치를 혼동하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행을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지날 때면,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이 없었다면 그 공허함을 어디서 채웠을까 싶다. 매번 나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각자 인생의 한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 또한 그들의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생각에 막연한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목적이 아닌 가치에 무게를 두면 오르막이 있어도 맞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리고 눈이 쌓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길은 행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삶도 같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이 목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에게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그것은 내 노력으로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잠시 스치는 바람을 공짜로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부터의 시작이다. 그 반환점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볼에 스치는 파도가 애틋하다. 오늘도 좋은 것만 보고 느끼고 주워 삼키며 살아도 짧은 인생, 그 한 지점을 스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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