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

Photography/Bicycle 2015. 3. 27. 18:00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은 어떤 느낌일까. 이동을 위해 필요한 교통수단쯤으로 생각한다면 EBS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여행을 대신하려는 것만큼 재미없는 생각이다. 더욱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처지이니 목적에도 맞지 않다.  이따금 목적과 가치를 혼동하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행을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지날 때면,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이 없었다면 그 공허함을 어디서 채웠을까 싶다. 매번 나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각자 인생의 한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 또한 그들의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생각에 막연한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목적이 아닌 가치에 무게를 두면 오르막이 있어도 맞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리고 눈이 쌓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길은 행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삶도 같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이 목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에게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그것은 내 노력으로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잠시 스치는 바람을 공짜로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부터의 시작이다. 그 반환점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볼에 스치는 파도가 애틋하다. 오늘도 좋은 것만 보고 느끼고 주워 삼키며 살아도 짧은 인생, 그 한 지점을 스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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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

Photography/Space 2015. 3. 22. 21:00

옥상에 달이 떴다. 

남들도 외롭다는 사실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달을 봐. 

나는 오늘, 바람에 흔들리는 달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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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마을 - 바다의 배려

Photography/Space 2015. 3. 15. 10:00

'왜 여기까지 왔니?'


해남에 왔으니 땅끝은 밟고 가겠노라고 쓰잘 데 없는 의무감이 나를 이곳에 오게 했다. 해남 땅끝은 나에게 추억이 없는 자리다. 그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내가 숨 쉬는 서울 하늘과 멀리 떨어진, 그야말로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땅끝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작을 알리는 바다의 관점일까 아니면, 뻗어 나가지 못하는 땅의 미련이 만들어 놓은 공허함일까.


나는 얼마 전에 애정을 가지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던 모임에서 나오게 되었다. 한없이 좋은 사람들과 더없이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모임이었다. 내게 큰 의미를 두었던 모임이기도 했기에 한 달이 넘도록 고민하고 고민하며 나에게 되물었다. 


'너 그냥 참고 지내면 안돼? 너에게 피해 주는 것은 없잖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지내면 그만이지!'

'세상의 모든 가치는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지.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더욱이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속에 나를 두고 싶지 않아'


큰 사회든 작은 사회든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이데올로기가 양분화되는 것 같다.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두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라며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지양하고 움켜쥔 것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두 집단 모두 스스로 생각하는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 그것은 모두 같으니까.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떠들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다쳐도 내 이런 지리멸렬한 성격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닐수도 있지만 이 또한 배움이라면 나이를 먹는 것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비관을 바탕으로 한 긍정일지라도 현재는 옳다고 생각하니, 나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땅끝마을에 묻어둔 공허함, 그래도 아쉽다며 나를 따라 서울까지 왔네!'

'그래 땅끝의 의미는 시작을 알리는 바다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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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헤어진 봄.

Photography/Space 2015. 3. 15. 06:30

작년에 헤어진 봄을 다시 찾았다. 억지로라도 좀 더 일찍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설 잠을 이기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 길을 떠났다. 새벽 기운이 시원하다. 나는 가끔 하루의 시작이 새벽이라는 것이 다행일 때가 있다. 새벽 공기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남몰래 반칙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이 뛴다. 내게 오늘은 그런 날이다. 내려가는 길, 그믐달이 동행했다. 산 뒤에 숨기도 하고 내 뒤에서 따라오다가도 하고, 어느새 앞서 가기도 했다. 


‘해오름 보러 가는데 눈치 없이 너는 왜 따라오니?’


그래도  달이 좋다. 어렸을 때, 해와 달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떠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한 듯 친구들에게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다.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어느날 보니 화해했다더라… 이게 어릴 적 내 기억에 잠든 사연이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넘어가니까 반대로 달은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질 거라 생각한 것이 착각임을 알았을 무렵, 그들이 서로 화해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상실감은 꽤 컸던 기억이다. 


'그들은 원래 친하지 않았데...'


내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나는 어김없이 ‘저기 봐, 달이 이쁘다’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일출을 보려면 적어도 아침 6시 10분까지 도솔암 산책로 입구에 도착해야 했다. 휴게소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내달린 덕분에 예상한 시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하지도 않은 해와 달이 화해했던 것처럼, 오늘은 그 마음 그대로 해와 달을 만났다. 봄을 생각하느라 여기까지 온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봄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그들과 도솔암에서 만난 것이다. 


‘봄은 시작이 아닐지도 몰라. 겨우내 소복이 쌓이는 비료가 없으면 돋아나지 못할 계절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새벽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아침처럼, 

지금 다가오는 봄이 좋아, 

가슴이 뛰고 설렌다.


































*도솔암 : 통일신라말 당대의 고승 화엄 조사 의상대사께서 창건한 천 년의 기도 도량. 전남 해남군 달마산 도솔봉 아래에 위치한 사찰로 미황사의 열두 암자 중 하나이다. 도솔암에서 50m쯤 아래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인 용담이 있다.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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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지 않아.

Photography/Memorials 2015. 3. 14. 01:23

들이는 공간만큼을 포기하는 것, 그것은 나에게는 큰 비용이다. 이 녀석은 방 안에 들이는 물건이 그저 흥미로움이겠지만 그만큼의 공간을 내줘야 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 고양이 풀을 사다 키웠다. 방 안이 척박해 보이기도 하고, 이 녀석 반응도 궁금했다. 며칠 동안 설명서에 적힌 대로 나름의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이 녀석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냄새를 맡아 보라며 코앞까지 갔다 줘도 딴청이다. 다른 고양이는 이를 쑤시고 씹어 먹기도 하던데...



사람 관계도 가끔은 이렇게 엇박자다.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 생각과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세상에는 그런 묘약은 없다.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스스로 그 결과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도 전하지 못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에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 수습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서로의 마음도 애처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자연히 치유될 일이다. 그러나 내 잘못을 곱씹다 보면 그 시간은 참 더디기만 하다. 


허전해도 어쩌랴, 없어서 힘들고, 있어도 외로운 것이 인간인걸....

거칠고 차가워진 한쪽 면을 매일 같이 용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공간만 작아짐을 느끼겠지만, 

그래도 이것이 배움이고 인생이라며 간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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