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 봄이야

Photography/Space 2015. 4. 11. 03:00

나는 지하철에 오르면 좌석이 비어 있어도 잘 앉지 않는다. 물론 나보다도 더 간절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앉아서 하는 일을 선택한 내 삶에 대한 보상에 가깝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길 없는 아주머니들이 자리가 났으니 앉으라며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사양하지만 제발 앉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표정에서 읽힐 때는 마지못해 영혼 없이 앉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렵게 앉은자리가 아쉬워 내릴 곳을 지나칠 만한 용기도 미련도 없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의 진실성을 점검하는 방법에는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도록 걷고 싶은가'로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포옹하고 싶은 사람, 함께 밤을 보내고 싶은 사람, 키스하고 싶은 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세상 끝까지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은 결국 하나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에 좀 더 내용을 보태자면, 함께 걸으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관계의 연결을 강하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에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감정이 없고 나에게 무례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은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너무 편하다는 표현일 수 있으니 오해하지 말자.


나는 오늘 새벽 여의도 길을 9km 걸었다. 

침묵에도 불편함이 없으니 새벽에는 이렇게 혼자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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