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AR

해남 땅끝마을 - 바다의 배려

Photography/Space 2015. 3. 15. 10:00

'왜 여기까지 왔니?'


해남에 왔으니 땅끝은 밟고 가겠노라고 쓰잘 데 없는 의무감이 나를 이곳에 오게 했다. 해남 땅끝은 나에게 추억이 없는 자리다. 그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내가 숨 쉬는 서울 하늘과 멀리 떨어진, 그야말로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땅끝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작을 알리는 바다의 관점일까 아니면, 뻗어 나가지 못하는 땅의 미련이 만들어 놓은 공허함일까.


나는 얼마 전에 애정을 가지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던 모임에서 나오게 되었다. 한없이 좋은 사람들과 더없이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모임이었다. 내게 큰 의미를 두었던 모임이기도 했기에 한 달이 넘도록 고민하고 고민하며 나에게 되물었다. 


'너 그냥 참고 지내면 안돼? 너에게 피해 주는 것은 없잖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지내면 그만이지!'

'세상의 모든 가치는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지.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더욱이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속에 나를 두고 싶지 않아'


큰 사회든 작은 사회든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이데올로기가 양분화되는 것 같다.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두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라며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지양하고 움켜쥔 것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두 집단 모두 스스로 생각하는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 그것은 모두 같으니까.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이 아무리 떠들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다쳐도 내 이런 지리멸렬한 성격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닐수도 있지만 이 또한 배움이라면 나이를 먹는 것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것이 비관을 바탕으로 한 긍정일지라도 현재는 옳다고 생각하니, 나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땅끝마을에 묻어둔 공허함, 그래도 아쉽다며 나를 따라 서울까지 왔네!'

'그래 땅끝의 의미는 시작을 알리는 바다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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