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의 무게와 힘

Photography/Bicycle 2016.10.11 22:25

어떤 사찰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체험 행사가 있다고 한다. 문이 없는 방에서 며칠 동안 깊은 명상을 하며 본래의 자신과 대면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상과 소통할 길이 차단된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과 대면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내면과 눈빛이라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를 하도록 배려한 자신을 만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는 이런 조우를 도와주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중에는 휴대폰을 볼 수도 없거니와 힘들게 페달을 밟다 보면 그동안 나를 불편하게 했던 일들을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말이다. 비록 지속시간이 비교적 짧다는 단점은 있지만 새로운 감정에 덮어지고 잊히기 전까지는 나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전거는 혼자라도 좋다. 그 날의 내가 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힘이 솟는다. 그래서 자전거는 운동이 아니라 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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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

Photography/Bicycle 2016.07.1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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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의 목적성

Photography/Bicycle 2015.06.06 22:00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안에 대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그 사안이 확고부동한 진리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자 더는 그 사안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의 대부분은 이런 착각에서 비롯된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귀찮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귀찮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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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영향력

Photography/Bicycle 2015.05.13 17:30

내 존재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시들시들하다. 

제때 전하지 못한 말은 갈 곳이 없고, 그곳에 꽃이 피었는지 알 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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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들

Photography/Bicycle 2015.04.18 17:30

봄이면 숨길 수 없는 변화가 들꽃으로 피어난다. 들이 옷을 입으면 비로소 내 무관심이 집 밖을 나서는 것이다. 한 계절을 지나 이제 다시 사람을 믿어 보자는 마음이 고개를 들어 꽃망울을 맺는다. 화려함에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화려함이 보이더란다. 누구의 관심도 아닌 들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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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시간.

Photography/Bicycle 2015.04.12 16:30

나는 요즘 생활 속에서 더 많은 느낌을 사유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전거를 탈 때도, 새벽에 무작정 혼자 여행을 떠날 때도, 하다못해 장을 보는 시간마저도 나는 꿈을 꾼다. 필요한 만큼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엇을 향해 나는 숨을 쉬고 가슴이 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의 꿈은 누구도 훔쳐볼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에게 무한한 안도감을 주는 숨겨진 공간이자 살아남을 시간이다. 때로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슬픔보다는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라서 나의 외로움은 슬픔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 슬픔은, 상황을 알지 못하는 내 옆, 빈자의 몫이다.


살아오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차이만큼,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나는 누군가와 다르고 그들은 또 그들의 누군가와 다르게 살아간다. 무엇이 정답이라 이야기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신과 다른 궤도에 진입한 사람을 보면, 다른 행성 사람인 양 철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내가 안인가 그들이 밖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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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기지 않은 렌즈

Photography/Bicycle 2015.04.08 18:00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은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음산하고 서글프다. 그러나 기다림은 아직 희망이 있어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면 항상 카메라를 가져간다. 마음이 가는 사진 한 장 담지 못할 걸 알면서도 렌즈 하나 더 챙기지 못한 나를 탓한다. 좋은 프레임, 그에 걸맞은 빛이 내리는 순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사진에 담으려는 마음과 조금만 더 가면 이보다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실랑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큼이나 자주 겪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스쳤던가.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장면, 지나치면 잊힐 줄 알았던 일들이 잔상으로 남아 아쉬움을 준다. “그래 조금만 더 가보자. 태양이 대지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꼭 그 따뜻함을 담을 수 있을 거야” 인생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스름이 짙어오는 황혼녘이 아니면 인생이 그러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이다. 어느 날 사진을 현상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며 누군가 옆에서 속삭인다면, 적어도 챙기지 않은 렌즈 때문에 뒤늦은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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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

Photography/Bicycle 2015.03.27 18:00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은 어떤 느낌일까. 이동을 위해 필요한 교통수단쯤으로 생각한다면 EBS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여행을 대신하려는 것만큼 재미없는 생각이다. 더욱이 반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처지이니 목적에도 맞지 않다.  이따금 목적과 가치를 혼동하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행을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지날 때면,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이 없었다면 그 공허함을 어디서 채웠을까 싶다. 매번 나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각자 인생의 한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 또한 그들의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는 생각에 막연한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목적이 아닌 가치에 무게를 두면 오르막이 있어도 맞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리고 눈이 쌓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길은 행위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삶도 같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이 목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에게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그것은 내 노력으로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잠시 스치는 바람을 공짜로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부터의 시작이다. 그 반환점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볼에 스치는 파도가 애틋하다. 오늘도 좋은 것만 보고 느끼고 주워 삼키며 살아도 짧은 인생, 그 한 지점을 스쳐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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