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전화통화 소음이 더 시끄러운 이유?

Miscellaneous/Story 2009. 1. 30. 09:47
나는 하루에 두어 차례 출퇴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다. 아침 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다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 쯤 되는 제목으로 단편 영화를 심심치 않게 관람한다. 훈훈한 즐거움을 주는 경우도 있고 지하철 문에 머리카락이 끼는 어느 여인의 슬픔도 보며, 삼지창을 든 악마의 눈살 찌푸리게 하는 연출을 보기도 한다.

오늘은 퇴근길에 버릇없는 전철 칸에 들어가 유체이탈을 시도했다. 이유는 전화통화 소음이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 그 중에도 유독 목소리 톤이 높은 어느 여학생의 깔깔거리는 통화소리에 한동안 정신이 혼미해졌다.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전화가 왔다며 잠시만을 외치고, 이 사람 저 사람과 통화를 한다.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문 옆 좌석에 앉아 오른팔은 손잡이에 걸치고 사람들이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떠들썩 하게 통화하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통화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 학생의 핸드폰 스피커를 거쳐간 사람 수는 대략 5명 정도, 그 중에는 그 학생의 부모님도 왔다 가셨다. 전철에서 통화하는 것을 알 듯 한데 딸의 목소리 톤이 높은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이쯤 되었으니 내가 한마디 해야겠다 싶다가도 주인공 주변의 엑스트라들을 나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 넋을 놓고 말았다. 결국 나의 목적지를 몇 정거장 남겨두고 주인공은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유유히 사라졌고 좀더 강력한 엑스트라가 전화를 하며 전철 칸을 횡단하여 내 앞을 지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버릇없는 전철에서 내릴 때는 웃음이 나와버렸다. 왜 전철에서는 대화하는 소리보다 전화통화 하는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릴까?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송출자와 수신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머리 속에서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다지만 전화통화는 송출자의 음성만 듣고 수신자의 대화를 유추하는 데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 일거라는 추측이다.

오늘의 아이디어 상품은 소리 감소 후레쉬다. 전철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들~ 내 손에 무엇인가 들려 있다면 조용히 전화기를 닫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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