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기지 않은 렌즈

Photography/Bicycle 2015. 4. 8. 18:00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은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음산하고 서글프다. 그러나 기다림은 아직 희망이 있어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면 항상 카메라를 가져간다. 마음이 가는 사진 한 장 담지 못할 걸 알면서도 렌즈 하나 더 챙기지 못한 나를 탓한다. 좋은 프레임, 그에 걸맞은 빛이 내리는 순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 사진에 담으려는 마음과 조금만 더 가면 이보다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실랑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큼이나 자주 겪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스쳤던가.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장면, 지나치면 잊힐 줄 알았던 일들이 잔상으로 남아 아쉬움을 준다. “그래 조금만 더 가보자. 태양이 대지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꼭 그 따뜻함을 담을 수 있을 거야” 인생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스름이 짙어오는 황혼녘이 아니면 인생이 그러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이다. 어느 날 사진을 현상하고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며 누군가 옆에서 속삭인다면, 적어도 챙기지 않은 렌즈 때문에 뒤늦은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설정

트랙백

댓글

미생의 다리

Photography/Space 2015. 3. 7. 18:00

방산대교 앞, 시흥 갯골 남북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다리가 있다. 시흥시의 캐치프레이즈인 ‘미래를 키우는 생명의 도시’의 첫 글자를 빌려 “미생의 다리”로 알려졌는데, 다리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이름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곳은 목섬에서 갈매기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리게 되었다. 출사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스쳐 지나갔던 다리가 보여 무작정 차를 세웠다. 서해안로를 따라 신천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방산대교를 만나게 되는데, 방산대교를 진입하기 전에 오른쪽 샛길로 내려가면 미생의 다리까지 걸어서 진입하는 길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몰려다니거나 포인트라고 하는 장소에서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같은 장소, 같은 화각이라도 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달 할 수 있다지만, 멋진 장소에서 멋들어진 사진을 담지 못한다고 해도 나만의 시각에서 내 이야기를 담는 게 좋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유행이나 이슈에 민감한 것 같다. 사진 촬영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