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아.

Photography/Memorials 2015. 3. 14. 01:23

들이는 공간만큼을 포기하는 것, 그것은 나에게는 큰 비용이다. 이 녀석은 방 안에 들이는 물건이 그저 흥미로움이겠지만 그만큼의 공간을 내줘야 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 고양이 풀을 사다 키웠다. 방 안이 척박해 보이기도 하고, 이 녀석 반응도 궁금했다. 며칠 동안 설명서에 적힌 대로 나름의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이 녀석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냄새를 맡아 보라며 코앞까지 갔다 줘도 딴청이다. 다른 고양이는 이를 쑤시고 씹어 먹기도 하던데...



사람 관계도 가끔은 이렇게 엇박자다.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 생각과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세상에는 그런 묘약은 없다.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스스로 그 결과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도 전하지 못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에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 수습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서로의 마음도 애처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자연히 치유될 일이다. 그러나 내 잘못을 곱씹다 보면 그 시간은 참 더디기만 하다. 


허전해도 어쩌랴, 없어서 힘들고, 있어도 외로운 것이 인간인걸....

거칠고 차가워진 한쪽 면을 매일 같이 용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공간만 작아짐을 느끼겠지만, 

그래도 이것이 배움이고 인생이라며 간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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